작년 '테슬라' 손절했던 펀드매니저, 이젠 사모으는 이유 [인터뷰+]

입력 2023-03-09 10:36   수정 2023-03-09 14:02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핫이슈'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 자체적인 이슈도 많지만, 전기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종목이다보니 국내 관련 산업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을 움직인 주요 테마 또한 '전기차·2차전지' 관련종목들이었다.

국내 펀드매니저 중 대표적인 '테슬라 덕후'를 꼽으라면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수석이다. 그의 손은 '전기차 그 자체'나 다름없다. "전기차란 전기차는 다 타봤다"고 장담하는 황 수석. 대부분 전기차의 핸들을 잡아봤다는 얘기다. 동시에 이 손으로 전기차 관련 '최장수 펀드'이자 규모만도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한국투자글로벌 전기차&배터리' 펀드를 굴리고 있다. 국내 설정된 주식형 공모펀드 중 최대 규모다. 황 수석에게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에 대한 투자 의견을 물었다.
'테슬라 비중' 작년 역대급으로 줄였지만…"다시 늘리는 중"
황 수석은 "작년에는 테슬라 비중을 눈에 띄게 낮췄지만, 연초에 빠르게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기회를 포착할 때마다 빠르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황 수석이 굴리는 전기차 펀드는 17.6%의 수익을 올렸다. 해당 기간 코스피 수익률 10.2%를 크게 웃돈 성과다. 시장평균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의 매니저답게, 테슬라 등 주가 변동성 높은 종목의 비중을 적극 조절한 것이 유효했다.

실제 황 수석은 펀드 내에서 9% 넘게 차지했던 테슬라의 비중을 작년 말 1%대로 줄였다. 작년 65% 넘게 급락한 테슬라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과감한 선택은 외신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 1월 블룸버그 등 외신은 '한국 서학개미들의 최선호 종목인 테슬라가 한국 대표 전기차 펀드의 보유비중 톱10 밖으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작년 12월 기준 황 수석은 테슬라를 1.67%(A클래스)의 비중으로 담고 있었다. 펀드 보유종목은 약 2개월 전 기준의 현황만 조회할 수 있어서, 어제오늘 운용역이 펀드 종목구성을 어떻게 했는지 일반 투자자들은 알 수 없다.

테슬라 주가는 전기차 수요 회복 조짐과 할인 공세 등으로 올 들어 이달 초까지 100%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2만5000달러대 '반값 전기차' 모델 출시가 늦어지면서 이달 들어 주가가 부침을 겪고 있다. 당초 시장은 지난 2일 열린 테슬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반값 전기차가 발표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해당 신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지며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테슬라는 3%대 하락했다.

황 수석은 테슬라 주가가 상승랠리를 이어갈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선 외적 요인(매크로 환경) 아닌 내적 요인(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섹터 자체의 상승 모멘텀이 재확인돼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 시장은 주요국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올 초 크게 반등했지만, 이런 우호적 매크로 환경에 따른 상승랠리는 점차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인프라기업' 비중 상향…"충전기술은 향후 시장 핵심 열쇠"
그러면서 상반기 배터리 시장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 수석은 "전기차 판매량과 '침투율'(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량) 확인, 오토론 금리인상, 주요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폐지에 따른 전기차 판매량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수석은 서학개미들의 톱픽은 여전히 테슬라지만, 전기차 인프라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구매는 통근 등을 하는 일반 소비자로 넘어왔다"며 "향후 전기차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 중 하나가 충전소 확대와 충전 기술의 발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이 더욱 확대되려면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불편 해소가 먼저"라며 "이런 관점에서 관련 종목에 대한 비중 조절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황 수석은 전기차 시장 관련 투자국가로는 'G2'(미국과 중국)를 추천했다.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작년 11월과 12월 각각 35.8%와 29.2%를 기록했다. 미국도 침투율이 작년 11월 7.8%에서 12월 9.6%로 증가했다. 중국은 선두 주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그 뒤를 빠르게 따라 잡으려고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두 패권국가의 경쟁으로 야기되는 전기차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전기차 소비국 1위와 2위 국가인만큼 튼튼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덕후의 자신감 "연내 운용규모 2조 목표"
한편 황 수석이 굴리는 이 펀드는 작년 8월 하루 처음으로 운용규모 1조8000억원을 달성한 뒤 증시 부진에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덩치를 키워가면서 이달 한때 운용규모 1조8104억원을 기록했다. 설정 이후 순자산 최대치다.

전기차 시장 '최장수 펀드'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개화기로 테슬라 주가가 740% 넘게 뛰었던 2020년을 꼽지만, 황 수석은 2017년 10월 펀드를 설정했다. 시장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 때라 펀드를 만들 당시 황 수석은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을 찾아가 산업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해야했다고 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상장지수펀드(ETF)조차 첫 전기차 투자상품이 2020년 출시됐으니, 그 어떤 펀드나 ETF보다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운용사가 ETF로도 전기차 상품을 내놓았는데, 여전히 저희 펀드 규모는 최상위 수준입니다. 공모펀드 시장이 워낙 위축된 데다 보수 차이도 커서, ETF가 나오면 기존 펀드의 경쟁력은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사실상 펀드와 ETF는 상생이 아닌 상충 관계인 셈이죠. 하지만 우리가 불문율을 깰 수 있었던 것은, 펀드가 일찍이 설정된 만큼 ETF 상품들 대비 전기차 관련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인정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펀드는 운용 전문가가 투자자금을 대신 맡아 굴려주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정 능력과 운용 노하우는 펀드 성과를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 된다. 담당 산업에 대한 이들의 책임있는 분석과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올해 황 수석은 펀드 순자산 목표치를 세웠다. 그는 "우리 전기차 상품 두 축인 '한국투자글로벌 전기차&배터리'와 'ACE 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의 운용 규모가 연내 2조원을 달성하는 게 가까운 목표"라며 "이젠 일상이 된 '시승'과 '탐방' 노하우를 잘 살려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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